▲ 지난 9일 강양임 할머니가 따뜻한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 할머니는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빌라로 이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제 좀 사람답게 사는 거 같다니까~”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천국이지 천국이야, 하하.”

지난 8일 강양임 할머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본지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한 빌라로 이사한 강 할머니로부터 “이제 물과 전기를 쓸 수 있게 돼 인간답게 살게 된 것 같다”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 할머니는 8개월 전까지만 해도 빌딩이 빼곡한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물과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한 채 20년 가까이 지내왔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관계 기관들은 할머니가 구유지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년째 전기와 수도를 공급하지 않은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었다.

주민세를 내고 있으나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서울 한복판에서 촛불로 방 안을 밝히고 물을 구걸하며 살아왔던 할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은 시민사회단체인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와 본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본보 2010년 7월 31일 A7면, 2010년 10월 23일 A5면, 2011.6.15.A7면) 본지의 보도 이후 각계에서 여론이 형성됐고, 마침내 지난 6월 강 할머니는 종로구청과 SH 공사 등의 도움으로 현재 거주하는 빌라로 이사할 수 있었다.

본지는 지난 9일 이 빌라로 향했다. 빌라는 버스에서 내려서 5분 이상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몇 년 전 관절수술을 한 할머니가 오르내리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어서 들어와요, 반가워.”

반갑게 맞이하는 강 할머니는 평소에 걸어 다니기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눈이라도 오면 방 안에 있어야 한다. 버스나 자동차가 쌩쌩 달려서 위험하기도 하고 무릎 수술을 해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조금씩 멈춰 섰다가 다시 길을 가면 괜찮다”고 말을 꺼냈다.

할머니는 이곳으로 이사하면서부터 전기세 10만 원과 임대료 5만 6000원을 지출하고 있다. 교통비로 나가는 돈도 늘었다. 교통비에 대해 묻자 “예전에 살던 곳에 거의 매일 간다. 안 가면 마음이 허전하다. 20년 가까이 산 곳을 하루아침에 잊을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과거 할머니가 살던 자리에는 2층짜리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강 할머니는 “(현재 짓고 있는 건물이) 청소부들 쉼터라는데 수도와 전기를 다 놓더라. 좀 서운하기도 해 다 지어지면 방 한 칸 달라는 농담도 했다”고 말했다.

방 안에 따뜻한 온기가 도는 것이나 화장실에서 편하게 손을 씻는 강 할머니의 모습은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이었다.

강 할머니는 “전기와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던 때를 생각하면 어쨌든 간에 예전보다 마음도 몸도 편하다. 이렇게 이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에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빌라에 들어올 때 받은 지원금(보증금)도 인추협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