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다시 본 - 청소년들 120만 '사랑의 일기장'

<사랑의 일기연수원 > 비폭력 대응

정대용 | 승인 2020.10.09 10:46

[논객닷컴=특별기고 정대용]

10월9일은 한글날이다. 570여 년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선포하신 걸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40여 년간 써 온 120만 <사랑의 일기 연수원>은 2016년 9월 28일 세종시 건설명분으로 LH에 의해 강제 철거를 당하면서 땅속으로 사라졌다. 이날을 기록한 나의 일기장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다. 참담하고 비통하다. 40년 동안 일기를 써왔지만 이렇게 애통하고 비통한 사건은 없었다. 지금도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되살아 난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 매몰된 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대전에서 세종시 위치한 사랑의 일기 연수원으로 향했다. 9시 05분 경 도착 했다. 그런데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승용차를 운전하여 정문으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정문이 봉쇄되어 있었다. 연수원 후문으로 차량을 돌렸다.

후문으로 진입 할려고 하는데, 차량이 들어갈 수 없도록 후문과 연결된 진입로를 파헤져 놓았고, 차단물까지 설치해 놓았다. 승용차를 도로가에 주차한 후 후문으로 달려갔다. 후문을 지키던 검은색 차림의 건장한 7~8명의 청년들이 나를 막아섰다. 나에게 위압감을 주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었다.

 “들어갈수 없습니다. 돌아 가십시요!”

“왜 못들어가게 하느냐?”

“사랑의 일기 연수원 강제 집행중입니다.”

“누가 강제집행 하라고 지시했느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생기록연구소 정대용 소장이다.”  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였다.  강제집행에 동원된 인원들과 언쟁이 점점 놓아져갔다.

LH 의 강제집행

“내 사무실이 2층에 있다. 왜 내 사무실을 못들어가게 하느냐?”

이러한 상황이 강제집행 책임자에게 보고가 되었는지, 강제집행 하던 또다른 사람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인생기록연구소로 올라가셔도 됩니다. 제가 따라 가겠습니다.”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사랑의 일기 연수원 2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갈수 있었다. 연수원 2층 사무실로 올라가 보니, 벌써 나의 소중한 물건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직접 이곳을 방문해서 창문에 달아준 커튼까지 사라져 버렸다. 정말 참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상을 비롯한 사무실 비품 일체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있던 사무실 비품들이 다 어디에 갔느냐?” 따져 물었다.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1층에 위치한 사랑의 일기 연수원 사무실로 내려갔다. 연수원 사무실은 더 비참했다. 사무실 비품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서류 뭉치와 사랑의 일기장들이 한데 어우러져 쓰레기처럼 쌓여 있었다.

‘세종시 건설’이라는 명분만을 내세워 9월 28일 새벽을 기해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기습적으로 강제 철거를 집행했다. 강제집행에 동원된 용역 요원만 무려 150여 명, 포클레인 등 중장비와 대형 버스를 비롯한 화물차 등 80여 대가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점령함과 동시에 소중한 기록문화유산과 유물들을 쓰레기 취급하며 역사적 가치를 가진 자료를 말살하고 만 것이다.

고진광 대표는 강제집행에 대한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결하겠다고 칼을 들고 연수원 운동장 잔듸밭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때 나를 비롯하여 강제집행에 동원된 집행관 및 관련자, 경찰까지 나서서 제지하면서 설득하느라고 진땀을 뺐다.

정 소장과 고 대표- 비폭력으로!

“고진광 대표님~, 비폭력으로 대응 합시다. 사랑의 일기는 폭력이 아닙니다. 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면 되겠습니까?“

(사진= 폐기물 속의 일기장)

나의 말에 수긍하셨는지, 폭력적 저항과 자결하겠다는 행동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강제집행 된 후 고진광 대표를 만날때면 나를 원망스런 눈빛으로 처다보면서 이런말을 하곤 하였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강제집행되는 동안 저는 그 어떤 폭력적 행사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정소장님, 말에 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그게 몹시 후회가 됩니다. 법을 준수한 것이 도리어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으니까요. 법을 준수하고 소중한 기록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할 집행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모든 것을 쓰레기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땅속에는 수만 권의 일기장이 묻혀 있어요.”

(사진=매몰된 수십만장 일기장 모습)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강제집행 되기 바로 전날(9월27일) 저녁 먹는 것도 잊은 채 고진광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세종시, 한국토지주택공사로 보낼 공문서를 작성도 했다. 120만 명의 청소년 일기장과 세종시 관련 유물과 자료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었다. 다음날(9월28일)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강제집행 될 줄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

'훈민정음 일기장'들 -세종대왕은 뭐라하실까?

우리나라는 『조선왕조실록』과 『팔만대장경』, 『훈민정음』, 『난중일기』 등을 보유한 기록 문화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자랑스러운 민족문화 국가이다. 그런데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으로 쓴 <120만 명의 청소년 일기장>이 땅 속에서 울고있다. 쓰레기 취급당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세종대왕께서 지켜보고 계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세종시’라는 이름에도 결코 걸맞지 않은 행동이다.

제2의 <사랑의 일기 연수원>사건 참담한 사건 재발 안돼야!

사랑의 일기 연수원과 같은 제2의 참담한 사건이 일어나선 안 된다. 정부와 세종시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사건에 대해서 서로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고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보기엔 실로 창피스런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청소년들의 ‘사랑의 일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120만 명의 청소년 일기장은 충분히 보존될 역사적 가치가 있다. 우리의 소중한 역사적 자산들은  길이 길이 보존되어야 한다.  570년 전에 만든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보존되듯이,,,,  

 

정대용 인생기록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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