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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돕고 사는 따뜻한 세상 인추협이 만들어 나갑니다.
[특별기고] 故 이해찬 국무총리 사회장이 사회통합의 계기 되길
[특별기고] 故 이해찬 국무총리 사회장이 사회통합의 계기 되길
갈등의 시간을 접고, 한 시대를 배웅하는 아침
사람의 인연은 때로 뜻하지 않은 자리에서 시작되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처로 굳어지며, 그리고 언젠가 늦게서야 비로소 말할 수 있는 침묵으로 남기도 합니다.
며칠 전, 베트남 출장 중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별세소식은 저에게 그런 침묵의 시간을 깨웠습니다.
우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가 부여한 소명을 다하다가 돌아가신 이해찬 전 국무총리님.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 이사장으로서, 그리고 한 시대를 함께 통과해 온 동시대인으로서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유가족과 동지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개인적으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인연은 좀 특별합니다. 민주화 격랑 속에서 같은 시대의 공기를 마시며 어깨를 마주했고, 같은 ‘변화’라는 단어를 각자의 자리에서 붙들고 살아왔습니다. 웃음으로 함께했던 기억들도 남아 있습니다. 국가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과는 별개로, 사람 대 사람으로 건네주셨던 많은 배려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가집니다.
잊혀지지 않는 그날, 2004년 6월 25일
그러나 이 전 국무총리에 대한 저의 기억은 늘 한 날짜로 되돌아가곤 합니다.
2004년 6월 25일. 제17대 국회, 이해찬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장.
저는 그날, 학부모 대표(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였음)로서 아이들의 이름을 가슴에 품고 증언대에 올랐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부 장관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합법화해 주고 방치한 결과, 본분을 벗어난 교사들의 일탈과 학생 인권을 잘못 받아들인 학생과 학부모, 그로 인해 교권은 추락하고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똘똘 뭉쳐야 할 교육의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를 불신하는 상황을 초래한 이 후보자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그날 저의 증언은 개인의 선택만은 아니었습니다.인간성회복운동, 그리고 사랑의 일기 운동이 현장의 학부모들과 함께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문제의식이었으며,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책임의 언어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제가 사무총장으로 봉사하고 있던 시민단체 인추협은 ‘사랑의 일기 큰잔치’ 수상자 선정 의혹, 예산 불법 유용 등의 고발이 접수돼 압수수색이라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저와 인추협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혐의와 가짜뉴스로 오랫동안 쌓아올린 명예가 일순간 무너지고, 인추협은 물론 제 개인의 많은 자산까지 몰수돼 그 시간은 저와 인추협의 ‘사랑의 일기 운동’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는 결국 국무총리로 임명됐고 수년 동안 이어오던 ‘사랑의 일기 큰잔치’의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이 2005 사랑의 일기 큰잔치 때부터 폐지된 것은 또 하나의 슬픔이었습니다.
왜 우리는 쉽게 화해할 수 없었는가?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오랜 시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는 개인적 감정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교육은 시대의 가장 뜨거운 전장이었습니다. 이해찬 당시 교육부장관은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구호 아래 대학 입시 제도의 큰 틀을 흔들었고, 교사의 정년을 단축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밀어붙인 여러 가지 대규모 제도 개편은 시대적 요구였으며, 역사적 결단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개혁이 미치는 현장에는 혼란과 상처가 깊게 남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인추협 사무총장으로 주위의 비난을 무릅쓰고 전교조 태동 당시 전교조의 합법화에 앞장섰습니다. 분명 가야할 길이었고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결정이라고 믿었지만, 전교조 합법화 이후 교육 현장이 왜 그토록 처참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 책임이 결코 작지 않을 그에게 질문을 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애증의 시간들을 차분하게 돌아보며
저와 인추협이 겪은 상처를 미화하지도, 지워버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 시간은 고통스러웠고, 제 삶과 시민 운동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고인의 별세 앞에서 저는 오래 붙들고 있던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며 묵상해 봅니다. 한 사람의 삶은 공과 과를 모두 남기며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습니다. 이제 남은 이들의 몫은 분노의 반복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일 것입니다.
이 글은 ‘용서’의 글이 아닙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질문을 다시 꺼내기 위한 기록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 갈등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화해의 가능성으로 남길 것인가.
사랑의 일기 운동이 그래왔듯, 증오보다 회복을, 단절보다 공동선을 선택하고자 합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님의 장례가 과거의 갈등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이 잠시 멈춰 서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함께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가 끊임없이 변하고 권력이 사라져도 아이들의 하루는 계속됩니다. 아이들이 써온 사랑의 일기장들을 꺼내 봅니다. 순수한 마음들 뿐입니다. 고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회장을 계기로 사랑의 일기장 속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처럼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통합으로 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님,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십시오. 이 땅의 아이들과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던 그 마음만은 역사의 빛나는 한 페이지로 남을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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