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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눈물 속에서 묻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같은 참사를 반복할 것인가?
–성명서–
눈물 속에서 묻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같은 참사를 반복할 것인가?
지난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진 수많은 재난 현장을 겪어온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참사는 더 이상 우연이 아니며 우리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부품 제조공장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로 실종됐던 14명이 모두 사망하고, 부상자까지 포함해 총 74명에 이르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화재는 1층에서 시작되어 내부에 쌓여있던 절삭유·기름때와 도면에도 없는 ‘2층 복층’ 구조 때문에 급속히 확산되었고, 결국 인명피해로 이어졌습니다. 현장의 처참한 상황은 도로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과, 몸을 피하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근로자들의 절망적인 모습으로 전해졌습니다.
어찌 보면 낯설지 않은 안타까운 광경입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502명 사망),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192명 사망), 2014년 세월호 참사(304명 사망), 2022년 이태원 압사(159명 사망) 등 크고 작은 참사 현장은 늘 반복되어 왔습니다. 매번 현장에서 터져 나온 질문은 동일했습니다. “왜 막지 못했는가?”, “왜 더 빨리 구조하지 못했는가?”, “왜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가?”라는 질문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복된 참사에서 공통적으로 “안전 점검과 대응에 허점이 있었고, 비상 상황에서 현장 통제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이 모든 참사의 배경에는 반복되는 “인재(人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지난 30년간 일어난 대형 사고들의 대부분이 인적·제도적 결함에 기인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현 정부도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발표했으나, 현장에서 체감하고 자발적인 대책 수립을 최우선으로 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재난 및 사고에 대한 성명을 발표할 때마다, “대형사고 등 재난은 대부분 인재였다는 점을 상기하고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안전시스템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사고 나고 나서야 땜질식 대책’을 반복하는 동안, 국민들은 여전히 언제라도 불의의 재난이 터질 수 있는 불안 속을 걷고 있습니다.
이 땅의 수많은 희생자를 지켜본 자로서, 저는 이제 더 이상 같은 비극을 반복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 왔지만, 불행히도 아직 국가 시스템은 이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성회복운동의 일환으로 제가 추진해 온 ‘사랑의 일기 운동’도 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전 확보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국가와 정부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전 화재 참사를 계기로 국가 안전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할 것 정부와 정치권에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합니다.
대통령 직속 “안전수석실(안전수석비서관실)” 신설
인추협은 수년 전부터 “안전담당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함으로써 안전관리가 대통령과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모든 국가 재난과 사고에 대한 최종 책임을 대통령실이 갖도록 해야 합니다. 안전을 전담하는 수석비서관실이 청와대에 설치된다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 체계가 마련되고,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재난 대응을 총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재난 책임 실명제 및 처벌 강화
어떤 사고든 그 원인 조사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검사와 경찰이 전담팀을 꾸려 수사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검토 중’, ‘대책 마련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되어 왔습니다. 참사의 실질적 원인을 숨기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을 끝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책임 실명제’를 제도화하여 누가 점검하고 승인했는지 기록하고, 안전사고 방치에 책임이 있는 자는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아니면 다시 우리는 같은 질문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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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심의 안전 점검 체계 전환
서류와 보고서에 매몰된 안전 점검을 폐기해야 합니다. 실제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현장 점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부만으로는 모든 현장 위험을 감시하기에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안전 전문가와 노동자,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가칭 ‘재난대응안전관리센터’와 ‘민관합동재난안전예방센터’를 설치하여, 정기적으로 현장을 돌아보며 위법·위험 사항을 체계적으로 신고·개선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주도의 계획에 시민들의 눈과 손을 더하면 작은 불씨도 미리 발견해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삼풍백화점 붕괴 후 사고 현장을 누비며 유가족과 구조에 참여했던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 제게 다짐했던 약속은 아직 완전히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대전 참사 이후에도 또 다른 참사가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시스템의 실패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방기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해야 합니까? “왜 막지 못했는가, 왜 빨리 대응 못했는가?”라고 묻는 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는 답을 내야 합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바꾸어야 합니다.
2026년 3월 22일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고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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