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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동일한 유형의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국가의 잘못이다
[성명서]
동일한 유형의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국가의 잘못이다
– 대통령 직속 안전수석실 신설을 강력히 촉구하며 –
2024년 6월 아리셀 화재의 참혹한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우리는 또다시 대전의 비극적인 화재 참사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리튬배터리 폭발 사고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 속에서 ‘예고된 인재(人災)’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국가는 여전히 근본적인 개혁 없이 표면적 조치에 그친 결과,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의 안전 대책은 허술한 채로 남았고, 불과 1년 9개월에 만에 똑같은 유형의 참사가 대전에서 반복된 것입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가장 큰 원인은 국가가 장기적이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탓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교육이 백년대계인 것과 같이, 재난과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의 안전대책도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수립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는 “수시로 현장 점검하겠다”는 발표만 되풀이하면서, 현장 소방 점검을 대대적으로 육안 진행하는 미봉책을 반복해 왔습니다.
당연시 검토되고 긴급히 추진되어야 할 법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은 이번 사고의 필연적인 원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전 안전공업 공장은 1996년 준공된 노후 건물이기 때문에 당시 건축법 기준(연면적 1만5천㎡ 이상)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아리셀 공장도 연면적 2,300여㎡로서 2004년 강화된 스프링클러 기준(5,000㎡ 이상)이나 현행 기준(3,000㎡ 이상)에도 미달하는 소규모 시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준공연도과 층수에 관계없이 사업장에서 물리적으로 위험한 화학물질을 취급한다면 스프링클러 설치의무를 법제화해야 했습니다. 더욱이 두 공장 모두 물과 접촉 시 폭발 위험을 키우는 물질(아리셀의 리튬 배터리, 안전공업의 화학용 나트륨류)을 다뤘습니다. 소방시설법 시행령 상 ‘물과 격렬히 반응하는 물질을 저장·취급하는 장소’는 화재 시 스프링클러 사용이 2차 폭발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면제 대상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고에 보듯이 실제로는 화재 시 더 큰 피해를 초래한 셈입니다. 낮은 층수(안전공업 3층, 아리셀 2층)가 적용 기준을 낮추기도 했으나, 샌드위치패널 불법 증축과 같은 구조적 결함이 더해져 재난의 비극은 필연이 되었습니다.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책임 방기도 문제입니다. 아리셀 참사 당시에도 비상구가 잠겨 있었고, 안전교육은 전무했으며, 위험 징후가 무시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안전공업 참사에서도 샌드위치패널 구조 변경 같은 무허가 공사와 화재 전조 무시가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검토 중, 계획 중이라는 미봉 대책만 반복했을 뿐, 허술한 현장 점검과 방관 속에서 안전사각지대는 그대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살수 시스템 확대나 소방 강제 조치가 뒤따를 리가 없습니다. 행정안전부·소방청 등 관련 기관들은 칸막이 속에 남아 있었고, 안전 문제를 통합적으로 기획·집행할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는 부재했습니다. 결국 책임 있는 지도부가 국가 안전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할 상황임에도 소득 없는 논쟁만 이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반복적 참사에 경종을 울리면서, 인추협은 정부 최고 책임자가 직접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며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지난 수년간 대통령 직속 안전수석실 신설을 강력히 요구해 왔습니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에 국민안전비서관을 신설하고 이종원 충북경찰청장을 임명하였으나, 동 비서관 직무는 범죄와 안전을 함께 맡는 포괄적 조직으로 설계되었고 경찰 출신 인사가 임명됨으로써 치안 중심의 시각에 머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위험 산업안전과 재난예방은 단순 치안 정책과는 접근이 다르기 때문에, 안전 전문성을 갖춘 별도의 수석실이 있어야 합니다. 안전수석실이 신설되어야만, 현재까지 부처별로 분산된 안전 정책을 대통령과 직접 연결된 체계 속에 통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난안전 책임 실명제 도입 등 각종 제도의 개선과 법제화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사고의 연속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에 마지막으로 묻고자 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왜 막지 못했는가”라는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해야만 합니까? 정부는 반드시 우리 국민들에게 “이번에는 반드시 바꾸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법제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즉시 안전수석실 설치를 검토하고, 대형 참사 때마다 공언했던 안전대책을 결단력 있게 이행해야 합니다. 지금이 국가 안전 체계를 근본부터 재편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우리 사회가 다시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단호히 결단해야 할 것입니다.
2026년 3월 24일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고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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