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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공동체의 신뢰가 파산해버린 학교에서 실종된 인성을 묻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06-21 09:00
조회
53

[기고문] 공동체의 신뢰가 파산해버린 학교에서 실종된 인성을 묻다.

– 드라마 ‘참교육’의 초법적 단죄에 환호하는 사회, 우리는 왜 교실에서 성찰을 잃었는가? –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교권보호국’이라는 초법적이고 비현실적인 기관이 등장하여 공권력의 이름으로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정신적 폭력과 비리에 맞서는 서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명 존중과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저희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인추협”)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자극적이고 위법적인 설정이지만. 제가 이 드라마를 단순히 허구의 오락물로 치부하며 쉬이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은, 그 드라마의 선정적인 서사 너머로 너무도 적나라하게 투영된 현재 학교 현장의 참담한 민낯이 바로 우리가 발 딛고 선 대한민국의 처참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가 뼈아프게 조명하고 있듯, 오늘날 우리의 교실은 배움과 온기의 성소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차가운 전쟁터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학교 폭력이라는 무자비한 칼날 앞에 피어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자해의 늪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비극, 그리고 기울어진 법의 잣대 속에서 모든 무한 책임을 홀로 떠안은 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교권의 비애는 우리 협의회가 오랜 시간 동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경고하고 통탄해 온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물론 드라마의 극적 전개처럼, 폭력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향해 또 다른 형태의 억압적인 물리력을 들이미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어둠을 어둠으로 몰아낼 수 없듯, 폭력은 그 어떤 정의로운 이름으로 포장되더라도 결국 또 다른 폭력과 원한을 잉태할 뿐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서 붕괴된 공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폭력을 엄단하고 추락한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 즉 학교 현장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법적이고 제도적인 단호한 조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간절히 요구된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걸음 더 깊이 나아가, 이토록 참혹한 비극을 잉태한 가장 근원적인 병폐가 무엇인지 뼈를 깎는 성찰의 자세로 되물어야만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성교육의 부재’가 낳은 ‘인성의 실종’입니다.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위가 불러올 파국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 아이들과 일부 학부모의 ‘무감각’ 그리고 ‘사유의 불능성’은 우리 사회에 계속되는 비극을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잔혹한 폭력으로 둔갑하는지를 우리는 매일같이 무기력하게 목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저는 믿습니다. 인간다운 마음의 결을 다듬는 법을 가르치지 않은 채, 오로지 지식의 축적과 맹목적인 경쟁의 승리만을 강요해 온 우리 어른들의 탐욕스러운 시스템이 결국 아이들의 영혼을 메마르게 하고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처절하게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하여 추락한 인성을 회복하고 아이들의 내면에 깊이 잠든 따뜻한 인간성을 일깨우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징벌의 매가 아니라 스스로를 굽어살피는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입니다. 저희 인추협이 왜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통한 인성 함양 교육에 사활을 걸고 매진해 욌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고요한 저녁, 하루의 일과를 반추하며 하얀 종이 위에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써 내려가는 그 느리고도 묵직한 호흡 속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의 내면을 단단하고 올곧게 다지는 힘을 얻게 됩니다. 일기장은 상처받고 흔들리는 영혼을 보듬는 가장 따뜻한 피난처인 동시에, 잃어버린 도덕성을 준엄하게 일깨우는 가장 맑은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드라마가 제공하는 억눌려왔던 김정의 해방감에 머무는 대신, 산산조각 난 교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가장 본질적이고도 지난한 질문 앞에 서야 합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폭력과 방관, 그리고 절망의 벼랑 끝에 외롭게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의 엄정하고도 체계적인 제도적 뒷받침과 더불어, 각자의 내면을 다듬고 서로의 상처를 진심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사랑의 일기’와 같은 인성교육의 부활만이, 이 캄캄한 상실의 터널을 벗어나 우리 아이들에게 찬란한 희망의 빛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임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26년 6월 20일

(사)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고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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