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쪽방 문 열었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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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03 13: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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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발췌]
쪽방 문 열었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가마솥 끓듯 푹푹 찌는 한 쪽방 문을 넘어서니 박 모(63) 씨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누워 있었다.
방 안에는 바람 한점 불지 않아 공기의 흐름이 아예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박 씨는 차가운 생수를 전달하며 괜찮으냐고 묻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너무 더워서 술로 밤을 지샌다"고 대답했다.
더위에 지친 쪽방촌 주민들은 이렇듯 더위를 참다못해 옷을 다 벗어 던지기도 하고, 더운 바람만 나오는 선풍기에 매달려 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그나마 방안에서 꼼짝 못하는 사람보다는 처지가 나았지만, 집 앞 골목으로 나와 부채질을 하는 주민들도 더위에 심신이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쪽방촌에 사는 한 주민은 "너무 더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다들 골목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며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또 다른 주민도 "비가 많이 올 때는 지붕에 물이 새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덮을 수밖에 없었는데 비가 그치고 나니 수증기가 차서 더 덥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힘겹게 하루하루 더위를 버티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차가운 얼음물보다 더 시원한 손길이 나타났다.
시민단체 인간성회복추진위원회 대학생 자원봉사단 8명은 이날 쪽방촌 어르신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시원한 냉수를 전달했다.
좁은 쪽방촌 문을 들어설 때마다 대학생들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대학생 김새미(22) 씨는 "너무 좁은 방안에서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어르신들이 땀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바람 한점 들지 않는 방에 앉아 짜증스러운 표정이 가득하던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생수를 전달할 때만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누구보다 더위에 고통받는 쪽방촌, 그들을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쪽방촌 노인들에게는 힘겨운 더위를 이겨내는 청량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