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학생들, 6·25 참전용사들과 친구 맺고 공감하고

 

[조선일보]학생들, 6·25 참전용사들과 친구 맺고 공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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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2-07-10 09: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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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회복운동협 친구데이… 기부·난타 공연 등 선보여

"할아버지께서 목숨 걸고 지켜준 우리나라. 고맙습니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9일 오후 5시쯤 서울 청계광장 앞. 가슴팍에 태극기가 붙어 있는 조끼를 입은 6·25 참전용사 250명이 모였다. 이들 곁에는 초·중·고교생 170명과 대학생 300명이 함께 했다. 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계속됐다. 하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은 참전용사와 학생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참전용사 주면선(82)씨는 "예쁜 손자·손녀가 한꺼번에 몇 명이나 더 생겨 살맛 난다"고 했다.

 

 

▲ 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어린이 및 대학생들이 6·25 참전 유공자들에게 꽃을 달아주고 있다. /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이날 행사는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가 만든 '세대공감 79(친구)데이'. 전국 초·중·고·대학교 학생들이 나이 차가 수십년이나 되는 6·25 참전 용사들을 만나는 자리다. 학생들은 위로 공연을 하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참전용사를 돕는다. 6·25전쟁에 무관심한 전후(戰後) 세대들에게 참전용사들의 고마움을 알리기 위해 작년 만들어졌다.

이날 행사 시작 3시간 전부터 학생 수십명이 모금함 앞에 줄을 섰다. 참전용사를 위해 각자 5000~1만원씩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참전용사에게 전달됐다.

학생들이 며칠을 준비한 난타와 합창 등 공연도 선보였다. 참전용사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기증받은 넥타이도 선물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8명이 무대에 올라가 큰절을 올리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상용(82)씨는 "스무 살에 군인이 돼 전쟁을 겪으면서 '조국과 부모를 내 손으로 지키자'는 마음밖에 없었다"며 "손자 같은 젊은이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인추협은 지난달 인터넷과 봉사단 등을 통해 지원자를 모집했다. 호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한 달 새 800명이 몰렸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늦게 지원한 학생들은 받지 못할 정도였다. 지원 이유도 다양했다. "작년부터 봉사 활동을 하는 친구가 국가유공자 할아버지 자랑을 많이 해 부러웠다" "6·25에 참전했던 친척이 있어 친숙하다"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심명희(44)씨는 작년부터 자녀들과 함께 6·25 참전용사들을 만나는 일을 해왔다. 그동안 종로구에 사는 참전용사들에게 쌀이나 생필품 등을 전달했다. 대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참전용사를 방문해 말벗이 됐다.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애들도 평범한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참전용사를 만나본 아이들이 변했어요. 실제 전쟁 이야기를 들으면서 애국심도 많이 생겼고요."

올해부터는 참전용사와 학생들이 가족처럼 지낼 수 있도록 결연식도 했다. 참전용사 한 명당 초·중·고교생 1명, 대학생 1명, 학부모 1명 등 4명이 한 조가 된다. 이들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선물을 전할 예정이다.

작년 같은 행사에서 참전용사를 만났던 이정민(13)양은 올해 같은 반 친구 20명을 이끌고 왔다. "솔직히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몰랐어요. 전쟁하다가 총에 맞아 상처가 있는 할아버지를 뵌 적이 있어요. 뭉클했어요. 이분들이 나라를 지켜줘 제가 태어나게 됐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추협 이시은 국장은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80대라 계속 줄어들고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계가 어려운 분도 많다"며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참전용사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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