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7월 17일자 발언대]'막말'하는 공인들 화계중 학생들에게 배워야

 

[발언대] '막말'하는 公人들 화계中 학생들에게 배워야

 

김성수 인제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 

 

 며칠 전 중국 친구로부터 많은 중국인이 한국 모 방송국 앵커의 발언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아시아나 항공기의 원인 모를 활주로 충돌 사고로 중국 여학생이 희생되어 온 세계가 애석해하고 있었는데, 한 종편 채널의 모 아나운서가 "뭐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 운운 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안타깝고 황당함을 토로하였겠는가? 중국 최고의 지성 앞에서 발음 하나라도 틀리지 않으려고 애써가며 중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은 물론, 중국인들과 친교를 쌓아가며 상호 이익을 증대시켜가며 비즈니스와 문화 교류 등을 위해 애쓰는 민간 외교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일부 예능성 보도 프로그램 등에서 온갖 저질 '돌직구' 발언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게다가 일부 '생계형 막말꾼'들까지 난무하는 요즘 세태는 착잡하기만 하다. 야당 원내 대변인의 '귀태' 운운 발언은 더욱 당혹스럽다. 말을 하는 행위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또 극적 효과를 위해 과장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후안무치한 변명이다. 발언 내용이 철자 하나하나 그대로 공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한 당사자는 "책에 있는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인데, 확대 해석돼 대통령에 대한 인신 공격으로 비쳤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변명하다가 결국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국민을 한국말도 못 알아듣는 존재로 우습게 보는 것인지, 그 자신이 한국말을 모르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런 '막말 릴레이' 와중에도 한국의 화계중학교 학생들이 여객기 착륙 사고로 숨진 중국인 여고생 왕린자(王琳佳·17), 예멍위안(葉夢圓·16)을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는 소식은 눈에 번쩍 띄었다. '친구 사이'를 의미하는 79개의 촛불을 켜놓고 또래들이 두 어린 영혼들을 추모하는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추모사를 보니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부디 힘을 내시기를…"이라는 대목이 있어 어린 우리 학생들의 착하고 큰 마음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잘난 체 우쭐대고 남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공인들은 스스로 돌아보고 어린 학생들의 성심(誠心)을 보고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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