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거액을 받았다는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감사원 감사결과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를 점검한 감사원은 최근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죄 혐의로 경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육의 기본인 공정한 평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인 교사들이 스스로 교권을 포기하고 거액을 받고 시험문제를 사교육 업체에 제공한 것이다.
사교육업체가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면서 문항거래가 만연했던 것은 물론, 일부 교사의 경우 문항 제작 조직을 직접 관리·운영하는 등 문항거래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하니,이쯤되면 교사가 아니라 사교육 범죄집단이라 할만하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는 지난해 '교사의 날'을 맞아 입시위주 교육제도가 계속되면서 사교육이 공교육을 밀어내 버린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교육시스템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 잡으려면 추락한 교권을 세우고 교사,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교육환경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2000년 이후 급증한 사교육은 입시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정보 기술과 새로운 학습법을 활용해 학생들 요구를 만족(?)시키면서 교육의 중심을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빠르게 이동시켰다.그 결과가 교권의 심각한 위기로 귀결됐다.
일부 교사들의 탐욕스러운 일탈행위로 입시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교사, 학생, 학부모들간의 신뢰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교권회복을 통한 공교육 시스템의 정상화를 갈망해온 국민들로서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빠르게 수습해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정상화시켜야 할 주체이자 교육 백년대계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가 2023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의 논란(모 학원의 모의고사 영어문제와 동일)에도 불구하고, 자체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해야 할 임무를 방기하고 감사원 발표 전까지 복지부동하는 작태를 보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과 정부는 사교육이 공교육을 점령해 돈으로 교사들을 매수하는 작금의 사태가 오랜 기간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이 서서히 파괴돼온 결과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차제에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교육제도의 주춧돌을 다시 놓는 심정으로 대처해나가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다수당이 바뀔 때마다 우왕좌왕 제도를 바꾸고 그때그때 문제들을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000억원으로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교생 사교육비가 대폭 늘었다. 1년 새 학생 수가 7만명(1.3%) 줄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더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비를 묶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은 결국 ‘공염불’이 됐다.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뽑고 학원, 인강과 과외에 의존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학교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무엇부터 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 강력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때다.
고진광 인추협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