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해병대 캠프에서 참사를 당한 학생들의 부모들이 16일 사랑의 일기 연수원을 찾아 인추협 고진광 대표(오른쪽)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황근하 기자  
 

지난 7월 18일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어이없는 참사를 당한지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우리 모두를 비탄과 울분에 젖게 했던 사건이었지만 3개월 후 우리 사회와 학교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아마도 “생떼같은 자식들을 떠나보낸 가족들을 두 번 죽인 것 외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답인 것 같다. 16일 오전 10시 세종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원장 고진천·이하 연수원)’에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대표와 참사를 당한 5가족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이 사회가 아픔을 벌써 잊고 있다는 절박함에 대책을 논의했다. 또한 ‘무엇이 유족들을 두 번 죽게 만들었는가’도 짚어봤다.

당시 정부가 유족들에게 가장 먼저 약속한 것은 책임자 처벌과 확실한 안전대책 수립이었다. 그러나 ‘몸통은 그대로 두고 송사리만 희생양’이라고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포함한 교관들만 구속시키는 선에서 끝나고 말았다.

기가 막힌 유족들이 태안군청, 태안해경, 검찰청등에 호소도 하고 항의도 해봤지만 여전히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안전대책 수립도 마찬가지였다. 안행부, 교육부 등에서 앞다퉈 ‘사설캠프 안전강화’를 외쳤지만 수박겉핣기에 불과했다. 일선교사들에게 2시간 연수하고 책임을 떠넘긴게 전부다. 이외에도 교육부에서 거론한 △대국민사과 △기념사업 △실질적 보상 중 어느 것 하나 추진된 것 또한 없다.

공주사대부고 동문회는 오히려 가족들을 우롱하기에 충분했다. “학생 1인당 1억원의 위로금을 모금한다 해놓고 나중에는 동문이 아니라서 한푼도 줄 수 없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이다.

가족 중 A 씨는 “연수원은 올여름 인성교육캠프 중 공주부대사고 친구들의 애절한 소식을 접하고 눈물로 추모를 했던 공간”이라며 “한때 떠들석했던 우리 아들들의 문제가 벌써 잊혀지고 있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고진광 대표는 “꿈도 못 펼쳐보고 하늘나라로 간 5명의 학생들은 우리 모두의 자식들이다. 그리고 그 가족(유족)들 또한 바로 우리 자신”이라며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종=황근하 기자 guesttt@cctoday.co.kr